




아무래도 이번 결혼기념 여행은 무리가 될듯하다. 연초에 수술로 대부분의 휴가를 이미 써버린 탓에 남은 휴가가 없는 상황에서 회사에서 주는 하루 휴가로는 멀리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마도나 울릉도는 커녕 동해 망상해수욕장에 있는 캠핑카에 다녀오기도 빠듯하다. 더구나 멀리 여행갈게 아니라면 아이들도 학교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그러던차에 나쁘지 않은 제안이 하나 있었다. 서울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다. 문제는 가격. 하지만 때마침 호텔마다 추석 패키지를 상품으로 내놓고 있었다. 싸게는 10만원에서부터 비싸봤자 20만원 정도였다. 이 정도로 고급 호텔을 이용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은가.
그렇지만 또 다른 문제가 있었으니 그것은 이용 기간이었다. 추석 패키지의 경우 대부분 21일부터 27일까지였고 그나마 더 길어봤자 30일까지였다. 결혼기념일인 10월 3일에는 택도 없었다. 임패리얼 팰리스, 리츠칼튼, 서울신라, 그랜드 하얏트 등 모든 호텔들이 약속이나 한듯했다.
하지만 단 한군데는 예외였다. 서울시청 광장 앞에 있는 서울 프라자호텔은 추석 패키지 이용기간이 10월 3일까지였다. 마치 우리를 위해 일정을 맞춘듯 싶을 정도였다. 숙박요금은 10만원. 수영장과 피트니스 센터, 사우나가 모두 무료이고 부부(또는 연인)가 오붓하게 영화볼 수 있도록 CGV 이용권 2장까지도 제공하는 상품이었다.
더구나 프라자 호텔은 아이들이 꼭 가보고 싶어하던 호텔이었다. 나홀로 집에 2에서 뉴욕 한복판에 홀로 남겨진 케빈이 묵었던 호텔이 아니던가. 서울 최고급 호텔을 단돈 10만원에 이용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을 것이다.
가격은 액면가 그대로 10만원은 아니었다. 아이들 둘과 함께 지내기에는 방도 작고 침대도 작으니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그 비용으로 2만원이 추가된다. 그리고 부가세 10%와 봉사료 10%가 추가되니 총 금액은 145,200원이었다. 120,000(객실요금) + 12,000(봉사료) + 부가세(13,200) 하지만 처음에 결재된 금액은 18만원이었다. 객실 음식에 대한 일종의 보증금이며 추후에 카드회사에서 환급해 준다고 한다.
방은 790호실이었다. 방에 들어서니 시청광장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때마침 평생교육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내려가 광장을 둘러본후 근처 편의점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왔다.
호텔 수영장은 텅텅 비어있었다. 덕분에 아이들과 함께 마음껏 물속을 활보할 수 있었다. 1시간 반 정도 수영 후에 근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청계천을 거닐었다. 청계천에서도 행사가 진행중이어서 사람도 많고 시끄러웠지만 가족과 함께 청계천을 거니니 싸늘한 밤공기에도 기분은 상쾌했다.
호텔 TV채널은 그다지 다양하지 못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차라리 다행인지도 모를일이다. TV에만 빠지지않고 다른 놀이감을 찾아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일 아침 학교에 가야하니 일찍 잠자리에 들기도 해야 하고.
7시에 호텔에서 나와 수원에 있는 학교까지 아이들을 데려다 준 후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아침은 북창동에서 생태찌게로 해결했다. 그리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 피트니스 센터와 사우나를 이용했다. 추석 패키지의 경우 체크아웃 시간을 2시간 연장해 준다. 체크 아웃해야할 시간은 오후 2시.
어찌 생각해보면 잠만잔 꼴이 되고 말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숙박에 수영장도 이용하고 피트니스 센터와 사우나까지 이용했으니 본전은 뽑았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영화표 2매도 있지 않은가. 지방으로 다녀오려면 그보다 더 많은 비용이 필요했을 것이다.
내년에도 이용해볼까 싶어 달력을 들춰보았더니 내년 추석은 9월 13일부터 15일까지다. 모르긴 몰라도 내년에는 추석 패키지 이용기간이 결혼기념일에 포함되는 일은 없을듯 싶다. 그럼 그 다음해는? 10월 2일부터 4일까지가 추석연휴 기간이다. 기간 상으로는 딱이지만 추석에는 추석계획이 있으니 또 어려울듯하다.
왠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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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멋진 결혼기념일이셨겠군요~
저는 서울에 있어서 저곳에 묶을 일은 없을것 같지만
좋은 추억 만드셨을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