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시절 프로야구 회원 잠바를 입고 다니던 아이들을 부러워했던 적이 있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 형편으로는 사치일 수 밖에 없었기에 그저 갖고 싶고 입고 싶었던 소망으로만 간직할뿐 절대 내것이 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꼭 어린이회원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걸 원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야구보다 축구를 더 좋아했고 좋아하는 정도도 광분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저 어디가 이겼다. 그정도였다. 마침 큰애가 초등학교에 들어갈무렵 수원으로 이사를 하였고 그간 거쳐왔던 분당이나 평촌에 비해 축구단으로는 수원삼성이 있었고 야구단으로는 현대유니콘스가 있었기에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다.
큰 아이가 5학년 작은아이가 2학년이 되던 작년 드디어 프로야구 어린이 회원을 알아보았다. 현대 유니콘스는 재정이 악화되어 있었기에 어린이 회원을 모집할 수 있을지 그 자체가 의심스러웠고 다른팀은 언제부터 시작되는지 안내조차 없었던 반면 삼성 라이온스가 회원을 모집하고 있었고 기념품도 파격적이었다. 가입자 모두에게 유니폼 상하의를 제공하고 허리띠와 양말, 모자와 가방 등 풀세트를 제공했다. 거기에다가 자신이 원하는 등번호와 이름까지도 새겨준다기에 오픈시점을 기다려 두녀석 모두 가입신청을 했다. 가격은 3만원. 하지만 기념품은 약 15만원 상당.
오픈 5시간만에 회원모집은 마감이 되었고 신청하지 못한 회원들의 원성이 게시판을 가득 메웠다. 그러한 글들을 보면서 느꼈던 뿌듯함이란. 하지만 아이들이 간절히 원했던 것이 아니라면 금새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관심이 있었다고 해도 아이들의 관심이란 지속적인 것이 아니다. 어찌보면 어른의 욕심이라고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갖고 싶었던 것을 아이에게 강요한 것은 아니었을까.
올해도 삼성 라이온스 어린이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작년에는 선착순 1천명이 오전 9시부터 시작해서 5시간만인 2시에 마감되었던데 반해 올해는 2천명으로 늘려서 그런지 하루가 지난 오늘까지도 안내가 떠 있다. 아직 마감되지는 않은 모양이다. 작년과 다른것이 있다면 바지와 허리띠, 양말은 주지않고 가방도 베낭형에서 스포츠형으로 바뀌었다. 안내에도 8만원 상당이라고 하니 가입비는 3만원에서 4만원으로 1만원 오르고 받는 기념품비는 50% 정도 떨어진셈.
견물생심이라고 막상 모집 공고를 보고나니 이번에도 또 신청해봐 하는 생각이 든다. 정말 아이들을 위해서라는건 그저 핑게일 뿐이고 내가 갖고 싶기 때문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것일까. 사실 갖고 싶은건 사실이다. 남자란 나이를 먹어도 애라는 말이 영 틀리지는 않은가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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