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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을 앞두고는 그랬었다. 그동안 소중히 간직했던 물건들을 보면서 더이상 이렇게 간직만 하고 있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중요한 것은 활용이라고, 살아있을때 그리고 시간이 있을때 한번이라도 더 써봐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소중히 간직한다는 것은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는 의미일텐데 아깝다는 이유로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다면 그 또한 무의미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1942라는 비행전투 게임을 하면서 폭탄을 소중히 아낀적이 있었다. 정말 중요할때 그리고 정말 위급할때 그 한방으로 적들을 일시에 격침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며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고자 했었다. 하지만 그 최후의 수단은 한번도 써보지를 못했다. 아껴두었던 그 폭탄은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격추되고 말았다. 아끼면 똥된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요즘들어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막상 병에 걸렸다고 생각할때는 살면 얼마를 산다고 그런것들에 낭비하는가라고 생각되던 것들이 좀 나아지니까 살아있는 동안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자는 생각으로 바뀐듯하다. 한결같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시시때때로 변하고 비록 내것이라고는 해도 감정은 예측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요즘들어 사고싶은 것 중에 하나는 카메라다. 하지만 2년전에 거금 55만원을 주고 산 400만 화소짜리 산요카메라(C4)에 싫증이 났기 때문은 아니다. C4를 장만할때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동영상 촬영이었다. 큰 애 태어날때 샀던 삼성 8mm 캠코더가 액정도 없는 완전 구형이라 들고 다니기 창피할 뿐만아니라 테이프 방식은 관리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어짜피 디지털 카메라도 필요했으니 기왕이면 동영상이 가능한 카메라라면 일석이조가 될거라 생각했었다.
게다가 기존 카메라와는 전혀 다른 모양의 카메라 외관은 촬영할때 권총을 잡는듯한 포즈를 취해야 했고 뽀다구에 있어서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되었다. C4는 한동안 내곁에서 인생의 즐거움이 되어주고 삶의 의미가 되어주었다. 점심시간마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나갔다. 가까이는 경복궁과 덕수궁이 있었고 조금 더 나아가면 남산과 여의도 공원이 있었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었음을 깨닫는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C4로는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있었다. 먼저 동영상은 처음에 들었던 명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화질이 테이프 방식의 캠코더보다 좋은 것도 아니었고 촬영시 잡음이 심했다. 바람부는 소리도 고스란히 녹음될 뿐만 아니라 오토 포커싱을 위해서 렌즈가 움직이는 소리까지 녹음되는 통에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1G 메모리로는 약 40분정도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지만 밧데리가 40분을 버텨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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