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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5/08 요즘에 내가 사고 싶은 카메라들

 

수술을 앞두고는 그랬었다. 그동안 소중히 간직했던 물건들을 보면서 더이상 이렇게 간직만 하고 있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었다. 중요한 것은 활용이라고, 살아있을때 그리고 시간이 있을때 한번이라도 더 써봐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었다. 소중히 간직한다는 것은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다는 의미일텐데 아깝다는 이유로 제대로 써보지도 못한다면 그 또한 무의미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1942라는 비행전투 게임을 하면서 폭탄을 소중히 아낀적이 있었다. 정말 중요할때 그리고 정말 위급할때 그 한방으로 적들을 일시에 격침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며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고자 했었다. 하지만 그 최후의 수단은 한번도 써보지를 못했다. 아껴두었던 그 폭탄은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격추되고 말았다. 아끼면 똥된다는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요즘들어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아졌다. 막상 병에 걸렸다고 생각할때는 살면 얼마를 산다고 그런것들에 낭비하는가라고 생각되던 것들이 좀 나아지니까 살아있는 동안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자는 생각으로 바뀐듯하다. 한결같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시시때때로 변하고 비록 내것이라고는 해도 감정은 예측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요즘들어 사고싶은 것 중에 하나는 카메라다. 하지만 2년전에 거금 55만원을 주고 산 400만 화소짜리 산요카메라(C4)에 싫증이 났기 때문은 아니다. C4를 장만할때 가장 중점을 두었던 것은 동영상 촬영이었다. 큰 애 태어날때 샀던 삼성 8mm 캠코더가 액정도 없는 완전 구형이라 들고 다니기 창피할 뿐만아니라 테이프 방식은 관리하기도 힘들기 때문에 어짜피 디지털 카메라도 필요했으니 기왕이면 동영상이 가능한 카메라라면 일석이조가 될거라 생각했었다.

게다가 기존 카메라와는 전혀 다른 모양의 카메라 외관은 촬영할때 권총을 잡는듯한 포즈를 취해야 했고 뽀다구에 있어서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되었다. C4는 한동안 내곁에서 인생의 즐거움이 되어주고 삶의 의미가 되어주었다. 점심시간마다 카메라를 둘러메고 나갔다. 가까이는 경복궁과 덕수궁이 있었고 조금 더 나아가면 남산과 여의도 공원이 있었다. 세상이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었음을 깨닫는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C4로는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이 있었다. 먼저 동영상은 처음에 들었던 명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화질이 테이프 방식의 캠코더보다 좋은 것도 아니었고 촬영시 잡음이 심했다. 바람부는 소리도 고스란히 녹음될 뿐만 아니라 오토 포커싱을 위해서 렌즈가 움직이는 소리까지 녹음되는 통에 정신을 집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1G 메모리로는 약 40분정도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지만 밧데리가 40분을 버텨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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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요동호회 카페 공모전에서 당당히 최우수상을 안겨주었음에도 C4 외의 다른 카메라로 자꾸 눈이 돌아갔다. 최근 추세에 맞추어 화소는 약 700만 이상이고 광학줌은 10배줌 이상에 손떨림을 보정해주고 야간촬영시에도 대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정적으로 SLR까지는 아니더라도 하이엔드급 카메라를 손에 넣고 싶었던 것은 비오는 날 창에 흐르는 빗방울을 포착하고 싶었는데 결과는 절망적이었던 이유도 있었다. 그렇다고 카메라 지식이 풍부한 것은 아니기에 완전 수동은 다소 망설여진다. 자동이면서 수동도 지원되는 그런 카메라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차에 후지필름 카메라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S5700은 710만 화소에 10배 광학줌, 2.5인치 LCD등 기존에 내가 원했던 많은 부분을 충족시켜주고 있었다. 게다가 SD카드까지 지원한다고 하니 XD카드를 별도로 사야하는 부담도 덜게해준다. 렌즈를 교체할 수 있는 DSLR도 아닌것이 생긴 것은 꼭 DSLR처럼 생겼으면서도 작고 가볍단다. 가격은 30만원대 초반이었다.

그렇게 S5700에 마음을 굳혀가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S6500fd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화소는 S5700에 딸리는 630만 화소이지만 손떨림 방지가 제공되고 얼굴인식도 가능하며 얼짱나비라는 기능을 통해서 최고 10명까지 단체사진에서 초점을 맞춰준다고 한다. 가격은 30만원대 후반이었지만 XD카드만 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40만원대 초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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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후지필름에는 S9600도 있었다. 900만 화소에 액정이 고정형이 아니라 움직이는 틸트 LCD였고 XD 이외에도 CF카드도 쓸 수 있었다. 가격은 40만원대 후반이었지만 메모리를 추가하면 50만원대가 된다. 모델이 바뀔때마다 약 10만원씩의 가격이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어짜피 DSLR도 아니니 가장 저렴하고 부담없는 S5700이냐 아니면 가장 최근에 나온 신형 S6500이냐 그도 아니면 셋중에 가장 상위기종인 S9600이냐 ... 갑자기 머리가 아파온다. 다만 지식인들은 9600보다 6500에 손을 들어주고 있었다. 9600에서 보이는 노이즈 현상이 카메라의 불안정을 증명한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 작가도 아닌데 그런 노이즈 현상이 심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닐지도 모른다.

 

 

6500.jpg

 

 

 

하필 오늘 새벽 설탕몰 홈쇼핑에서 S9600 특별판매 방송이 있었다. XD 1G를 포함해서 48만원에 판매하고 있었고 1개월 무이자였다. 10달동안 5만원 정도면 나도 하이엔드 카메라를 가질 수 있다. 대단한 유혹이었다. 자꾸만 전화로 손이 가려는걸 억지로 참아야 했다. 아쉬움으로 잠자리에 들기는 했지만 쉽게 떨치지는 못했다.

3가지 모델들은 모두 장점과 단점을 한꺼번에 가지고 있었다. 누구 하나 우월하다고 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이걸 선택하면 저걸 포기해야 했고 저걸 원한다면 이걸 버려야 했다. S5700은 손떨림 방지 기능이 없어서 줌 기능시 화질을 보장할 수 없었고 S6500은 셋중에서 화소가 가장 낮았으며 LCD도 고정형이었고 XD 메모리만 지원할 뿐이었다. S9600은 가격이 셋중에서 제일 비싸고 결정적으로 노이즈 현상에 대한 논란과 얼짱나비 기능이 빠져있었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더 3가지 제품의 장점을 모은 제품이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그저 바람에 지날지도 모른다. 그런 제품이 나올거면 벌써 나왔으리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었다. 아내의 시선이 그리 곱지 못하다는 것이다. 시집올때 장만했던 13년된 냉장고도 바꾸고 세탁기도 바꿔야 하는데 난 DVD 플레이어니 PMP니 카메라만 보고 있으니 얼마나 한심하게 생각할까. 이래저래 어려운 결정이다.  

 

 

960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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